
이번 글은 길지 않다. LG트윈스 소속이었던 한선태 선수에 대한 짧은 이야기다.
2019년 겨울, 양준혁 야구재단이 주최하는 희망나누기 자선야구대회를 보러 난생처음 고척돔에 갔었다. 혹시나 하고 싸인받을 공도 몇 개 챙겨갔고. 근데 선수들이 어디로 퇴근하는지 몰라서 그냥 여기저기 맴돌기만 했다. 아쉬운대로 기차시간이 되기전까지 버텨나보자 하고 고척돔 앞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무작정 기다리니 선수 한 명이 나왔다. KIA 김선빈 선수더라. 기차시간이 다 되서 일행이 있는 차로 가야한다고 정중히 거절하다 어린이 팬의 요청에 돌아서서 싸인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더라. 나도 분위기를 틈타 마지막으로 요청했지만 기차 시간이 다되서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숙여 양해를 구했다. 이렇게 정중하게 거절하면 누가 붙잡겠는가? 김선빈 선수는 일행의 차에 탑승한 뒤 떠나갔고, 나는 싸인을 거절당하고도 기분이 좋은 희한한 상황이었다.
(여담으로 똑같이 정중히 사과하며 싸인을 거절한 선수는 또 있었다. 바로 김상수. 이 이야기는 후일담도 있어서 나중에 삼성 선수들 팬 서비스 이야기 글을 쓸 때 다루겠다. 연쇄싸인마에게 싸인거절당한 썰 푼다)
아무튼 눈 앞에서 김선빈 선수를 보내고 원래위치로 가는데 갑자기 주변이 시끌시끌했다. 한선태 선수였다. 걸어서 퇴근하다 팬들의 싸인요청을 받아준 것이었다. 이 해 한선태 선수는 비선출 출신 최초로 1군에 데뷔하고 그 상징성 때문인지 자선야구에도 참가했었다. 선수출신이 아닌데도 사이드암 스로로 145km/h의 속구를 던지는 모습에 반해 삼성선수도 아닌데 등판영상도 여러번 돌려보고 삼성선수였다면.. 하고 꽤나 탐내던 선수기도 했었다.
아무튼 이 때 나도 싸인볼을 받았다. 도입부의 사진이 바로 저때 받은 싸인볼이다. 한선태 선수 싸인을 득템하고는 기분좋게 대구로 내려왔는데 나중에 야구커뮤니티들에 올라온 글을 보니 그 날 한선태 선수는 2시간이 넘게 팬서비스를 이어갔다더라.
아무튼 그때의 좋은 기억으로 한선태 선수 소식은 종종 챙겨봤고 20시즌 조정기를 거쳐 21시즌엔 퓨처스리그 미스터제로, 22시즌엔 퓨처스 풀타임으로 3점대 초반의 평자로 선방했다정도까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방출 명단에 포함된 걸 보고 LG의 투수진이 역시 탄탄하니 한선태 선수 정도의 성적도 정리한다는 감탄도 들었지만 한선태 선수가 끝내 비선출의 벽에 부딪힌건가 싶어 타 팀 선수였는데도 참 안타까운 감정이 가장 크게 들더라.
그냥 한선태 선수에게 싸인받았다는거 말곤 별 내용도 없는 글이 주저리주저리 늘어졌다. 결론으로 넘어가자.
한선태 선수가 데뷔했을때 캐스터님의 멘트가 일품이었다.
"한계를 뛰어넘은 선수가 태어났습니다."
한선태 선수는 이미 한계를 뛰어 넘어본 선수다. 방출이라는 벽 앞에서 무너지지 말고 다시한번 한계를 뛰어넘어 그의 야구인생이 이어지길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혹시라도 삼성에 입단한다면 더 좋고.